권력 세계의 이중성
권력 세계를 지배하는 불변의 특성인 이중성은 과거 흉계가 넘치던 궁정 세계의 권력 역학과 매우 흡사하다. 궁정 신하들은 주군을 섬겨야 했지만, 너무 드러나게 비위를 맞추거나 아첨하는 듯 보이면 주변 신하들의 반감을 사곤 했다. 따라서 교묘한 방법으로 주군의 환심을 사야 했다.
오늘날 우리는 궁정 신하와 흡사한 역설에 직면해 있다. 모든 것이 교양 있고 품위 있으며 민주적이고 공정해 보여야 한다. 완벽한 정직성을 추구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람에게 상처와 모욕을 줄 수밖에 없다. 그들 중 일부는 앙갚음을 계획할 것이다. 또한 어느 누구도 당신의 정직하고 솔직한 발언을 완벽하게 객관적이며 전혀 사심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선 당신이 과거에 저지른 실수들, 특히 가장 참담했던 실수들을 검토하는 데서 시작하라. 누구를 연구하고 누구를 신뢰할 것인지 구별해놓지 마라. 누구도 완전히 믿지 말고 모든 사람을 면밀히 연구하라.
자신을 재창조하라.
자기 창조의 첫 번째 단계는 자기의식이다. 자기 자신을 배우로 생각하고 자신의 외양과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훌륭한 배우는 자신을 통제할 줄 안다. 또한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처럼, 슬프거나 동정심을 느끼는 척 ‘연기’할 수 있다.
자기 창조의 두 번째 단계는 기억에 남는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훌륭한 연극은 단 하나의 특별한 장면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객에게 지속적인 긴장감을 주려면, 사건을 천천히 전개하다가 통제할 수 있는 속도와 패턴에 맞춰 적절한 순간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손에 쥔 패를 절대 한 번에 보여주지 말고, 극적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순서로 보여주어라.
마지막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 순간에 필요한 얼굴이 되라는 이야기다. 상황에 맞는 가면을 꺼내 쓰고 변화무쌍한 인물이 되어라. 파악할 수 없는 대상을 무너뜨리기는 불가능하다. 과장된 연기는 때로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 꾸민 티가 너무 나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피하라. 자연스럽게 보이는 데도 연기가 필요하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파악하라.
당신이 대적하는 상대가 당신보다 약하다거나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일수록 속마음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무례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명예나 자존심을 건드린다면 그런 사람들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과격하게 복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설령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온다고 할지라도 우선은 정중하게 거절하라. 당신이 상대방을 제대로 알기 전에는 절대로 모욕을 주지 마라. 당신이 대적하는 사람이 칭기즈칸일지도 모른다.
나폴레옹의 엘바섬 탈출의 비밀
몇 년이 흐른 뒤 나폴레옹이 극적으로 엘바섬을 탈출할 수 있었던 비밀이 밝혀졌다. 그가 이런 대담한 행동을 결심하기 전에, 엘바섬을 방문한 자가 있었다. 그는 나폴레옹에게 프랑스에서는 그의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 다시 그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들 방문자 중 한 사람이 오스트리아의 콜러 Koller 장군이었다. 그는 나폴레옹에게 그가 탈출한다면, 영국을 포함하여 유럽의 열강들이 그의 복위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국이 그의 탈출을 막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다. 실제로 그의 탈출극은 태양이 최고조에 달한 오후의 정점에 영국인들의 모든 망원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다. 귀띔과 암시는 상대로 하여금 끊임없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인간은 상상의 동물이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전임 외무장관 탈레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이 일을 벌인 이유는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나폴레옹의 영원한 몰락에 있었다. 황제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유럽의 안정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폴레옹의 유배지가 엘바로 결정됐을 때, 탈레랑은 반대하며 나폴레옹을 더 먼 곳으로 보내지 않으면 유럽은 결코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탈레랑은 더 이상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은밀한 작업을 통해 영국과 오스트리아의 외무장관인 캐슬레이와 메테르니히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힘을 합쳐 나폴레옹이 탈출하도록 유인했다. 콜러가 엘바를 방문하여 유배된 자의 귀에 영광을 약속하는 말들을 속삭인 것도 계획의 하나였다. 그는 나폴레옹이 함정에 걸려들 것을 확신했다. 또한 나폴레옹이 프랑스를 전쟁으로 몰고 갈 것이며, 그 전쟁은 프랑스의 약화된 상황을 고려할 때 불과 몇 개월 가지 못할 것도 내다보았다. 마치 카드놀이의 대가처럼, 모든 일은 탈레랑의 예견대로 이루어졌다.
<인간 욕망의 법칙>, 로버트그린 지음, 안진환, 이수경 옮김